폐교
사라진 학교에서 꺼내본
내 기억의 조각들
“여기, 학교였어요”

조용한 시골 마을을 지나던 어느 봄날
작은 언덕 위에 있는
낡은 건물 앞에서 차를 멈췄습니다.
잔디가 무릎까지 자라난 운동장
깨진 유리창 사이로 보이는 칠판
그리고 입구 간판에는
희미하게 글씨가 남아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폐교.
그곳은 분명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던 장소였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멈춘 듯,
조용히 사라져가는 중이었습니다

사라지는 학교들,
사라지지 않는 기억들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문을 닫은 초·중·고등학교
수는 약 1,300곳에 달합니다
그중 대다수는 농산어촌,
도심 외곽처럼 학생 수가
급감한 지역에 위치해 있죠
‘폐교’라는 단어는
행정 용어 같지만,
그 안에는 수십 년의 추억과
사람들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졸업 앨범 속 웃는 얼굴들
첫 체육대회에서 받은 메달
급식 시간의 소란함까지
학교는 단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누군가의 어린 시절 전체가 담긴 공간입니다

폐교는 끝일까?
아니면 새로운 시작일까?
폐교 소식은 종종
안타깝게 들리지만,
그 공간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요즘은 많은 폐교가
새로운 쓰임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의 레지던시 공간
마을 도서관 또는 북카페
지역 농산물 체험장
청년 창업 공동체 공간
어떤 학교는 아예
숙박시설로 바뀌어
‘추억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낡은 책걸상과 칠판이
오히려 감성을 자극하는
‘레트로 인테리어’가 되니까요
폐교는 단지 끝이 아니라,
그 자리에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나의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
나 역시 폐교를 겪었습니다
16살까지 다녔던
중학교는 10년 전 문을 닫았고
지금은 마을 커뮤니티센터로 쓰이고 있죠
얼마 전 그곳을 다시 찾았을 때,
나무 벤치 위에 이름을
새겨넣던 친구 생각이 났습니다.
나는 그 시절을 지나왔지만
그 벤치 위엔 아직도
어린 내 흔적이 남아 있는 듯했죠.
기록되지 않으면 잊힌다
폐교는 단순히
공간의 소멸이 아니라
기억의 퇴장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나가는 길목에서 만난 폐교 하나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누군가는 사진으로
또 누군가는 이렇게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학교는 문을 닫았지만
그곳에서 시작된 수많은 이야기들은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갑니다.

당신의 추억 속 학교는 아직 그 자리에 있나요?
혹시 그리운 학교가 있다면,
오늘 하루쯤은 그 이름을 검색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도에선 사라졌을지 몰라도,
그 학교는 여전히 당신의 마음속에
그리고 이 글 속에 살아 있을 테니까요.
